[컬럼] '생각하는대로 된다'는 X 소리 - 너나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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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안녕하세요, 너나위입니다.
    토요일 저녁, 한 주 정리하고 다음 한 주 계획하면서 이런 저런 생각 중에 글을 적습니다.
    최근 투자나 내집 마련에 대한 문의를 받다보면 이런 이야기를 많이 하십니다.

    "이 지역에 이런이런 개발계획이 있어요."
    "저 옆동네는 이렇게나 올랐는데 여긴 가만히 있으니 곧 오를 것 같습니다."
    "지금 이렇게 유동성이 많이 풀려있는데 더 오르지 않을까요?"
    "전세대출을 풀어주면 전세가가 올라가지 않을까요?"
    "대선이 끝나면 이런 변화가 생길 것 같은데요."

    모두 다 '상상'입니다.

    투자자에게 상상력은 매우 중요한 요소입니다.
    낙후된 재개발지역 앞에 서서 몇 년 뒤 이 지역에 들어올 멋진 새 아파트와 그 안에 사는 젋은 사람들이 떠올라야 합니다.
    한창 굉음을 내는 철도 공사현장을 보며, 몇 년 뒤 이 지역 사람들이 아침 출근길 서둘러 발걸음을 옮기는 모습이 그려져야 합니다.

    그렇지만,,,
    그 재개발지역에 들어오는 아파트의 2, 30% 가량이 임대물건으로 나와 전세가가 떨어지는 것도 상상해야 합니다.
    한창 울려퍼지던 굉음이 전혀 예상치 못했던 공사지연으로 인해 고요해지는 상황이 올 수 있다는 것도 생각해봐야 합니다.

    투자자들에게 상상이란 필요한 요소임에 분명하나,
    안타깝게도 대부분은 좋은 상상만 합니다.

    저 역시 그랬습니다.
    좋은 상상만 했습니다. 그리고 그 상상은 곧 두근거림이 되고, 그 두근거림은 제 머리가 아니라 손부터 움직이게 합니다.

    5년 전 겨울, 수도권 한 지역의 중개업소에 들렀습니다.
    고작 매매하고 임대놓는 경험 몇 번 한 것이 투자의 마스터키를 찾았다고 저 스스로를 착각하게 만들었던 것인지,
    저는 기분 좋은 상상에 몰두하고 있었습니다.

    마치 지금 당장 투자의 고수이자 부자라도 된 것처럼,
    제가 며칠 밤을 지새면서 공부했던 그 지역의 이것저것을
    중개업소 소장님께 가르치듯 쏟아냈습니다.

    "여기 근처에 이런 것도 들어오잖아요. 이 동네 참 괜찮은 것 같아요."

    말이 떨어지기 무섭게, 사장님이 제 상상의 스위치를 ON으로 돌려놓습니다.

    "그거 들어오면 여기 너무 살기 편해지지, 그거 수도권에 몇 군데 없잖아. 그리고 여기 공원도 있어서, 유일하게 아쉬운 게 그런 커다란 시설이었는데 그게 딱 들어오네, 마침. 아마 그거 들어오면 못해도 2, 3천은 금방 오를 거에요."

    '아마 그거 들어오면 못해도 2, 3천은 금방 오를 거에요.'

    이 말을 들으면서 저는 지금 매수를 고민하는 이 아파트 근처에 새롭게 들어선 쇼핑몰에서 많은 젊은 부부들이 즐겁게 웃으며 주말을 보내는 모습이 그려졌습니다.

    "사장님, 이거 계좌 주세요."

    제가 매수하고 딱 10개월 뒤에 그 호재는 취소되었습니다.

    2년 뒤에도, 4년 뒤에도 제가 매매한 그 아파트는 시세가 요지부동이었습니다.
    특히 매매하고 4년 뒤에는 제가 처음에 놓은 전세가보다 전세시세가 더 낮게 형성되었고,
    그마저도 빠지면 다행이었습니다.
    임차인에게 전화가 오면, 불안해하던 그 에게 연신 "죄송합니다. 가격을 낮춰서라도 걱정하시지 않도록 꼭 맞춰보겠습니다."라고 말하곤 했습니다.
    회사에서의 일은 좌불안석이었고, 고생해준 가족들에게 미안한 마음뿐이었습니다.

    처음엔 분명히 좋은 물건이라고 생각했는데, 4년의 시간이 흐르는 동안에도 전혀 변화가 없고,
    심지어 전세가가 빠지기 시작하니 너무너무 미웠습니다.

    다시 그 지역에 임장을 가서도 방문조차 하고싶지 않았습니다.
    저는 반쪽짜리 상상만했던 댓가를 치르고 있었던 것입니다.

    수익은 없었고, 돈은 더 묶여있었습니다.
    그리고 그 돈은 다른 곳에 투자할 수 있는 기회를 삭제하는 기회비용이었습니다.

    내집마련이든 투자든 고민하시는 분들께 전합니다.
    상상하되 한 가지 상상만 하지 마십시오.
    내게 일어나지 않았으면 하는 일에 대해서도 상상해보세요.
    그리고 그런 이야기를 하는 사람에게 화내지 마세요.
    그 사람이 귀인일지도 모릅니다.

    '아마 그거 들어오면 못해도 2, 3천은 금방 오를 거에요'라고 제게 말씀하신 사장님은 2주 전 재계약하러 방문했을 땐, 5년 전 그 말씀을 기억하지 못하고 계셨습니다.

    날이 차가워졌습니다.
    모든 분들 건강유념하세요.
    그리고 즐거운 주말 보내세요 ^^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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